Iphone & iPad

iOS 7의 디자인, 진화인가 퇴행인가

iMozart 2013. 6. 17. 14:34

iOS 7의 디자인, 진화인가 퇴행인가

iOS 7의 첫 베타 버전이 발표되면서 디자인과 기능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슬로우뉴스는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고를 원하시는 분은 [이곳]으로 연락 바랍니다. (편집자)

iOS 6는 심각한 미완성작이었다. 지도는 끔찍했고, UI는 중구난방이었으며, 스큐모피즘에 대한 집착은 도를 넘어섰다. 그럴듯한 신기능은 아예 없었고, 대신 와이파이 버그 등 온갖 문제가 사용자를 괴롭혔다.

'청와대'를 '청화대'로 표기한 애플 지도.

‘청와대’를 ‘청화대’로 표기한 애플 지도.

iOS 7: 이것도 장족의 후퇴다

iOS 7은 iOS 6의 큰 문제 중 하나였던 UI의 비일관성을 나름의 방법으로 극복한 것 같다. 전작의 색깔을 지우고 완벽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물론 덕분에, 기존의 인터페이스 가이드라인을 지켜 만들어진 앱들이 단 몇 달 안에 완벽히 새로운 인터페이스 가이드라인에 따라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긴 했지만. 그리고 한동안은, 아니, 적어도 일 년 이상은 iOS 7의 디자인과 iOS 6의 디자인이 공존해야 하는 탓에, 좀 더 심각할 정도로 중구난방인 UI를 감상해야 할 것 같지만 말이다.

iOS 6 스타일의 아이콘과 iOS 7의 새 아이콘이 뒤섞인 홈 화면.

iOS 6 스타일의 아이콘과 iOS 7의 새 아이콘이 뒤섞인 홈 화면.

하지만 그 정도는 새로운 UI로의 ‘전환’ 단계에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홍역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점을 고려해주더라도 iOS 7의 디자인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앞선다. 그 첫 번째 까닭은, 화면을 켜는 순간 보이는 – 대학생 과제로 제출해도 F를 면하면 다행일 법한 아이콘 디자인이다.

홈 스크린

iOS 7의 기본 홈 화면.

iOS 7의 기본 홈 화면.

설정이나 사파리 앱의 아이콘 디자인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추하다. 그뿐만 아니라 저것이 설정이나 웹 브라우저를 뜻한다는 그 어떤 직관적인 표식도 없다. 사파리는 지극히 못생긴 나침반처럼 보일 뿐이고, 설정 앱은 톱니바퀴가 아니라 가스레인지처럼 보인다.

게임 센터와 사진 앱도 그렇다. 과도한 스큐모피즘을 걷어낸다는 건 좋지만, 아래에 앱 이름이 달리지 않았다면 아마 그 누구도 사진 앱과 게임 센터 앱을 아이콘만으로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 구분이 안 되는 수준이 아니다. 팔레트를 닮은 ‘사진’ 앱 아이콘과 색색의 비눗방울이 그려진 ‘게임 센터’ 아이콘은, 사실 ‘사진’도 ‘게임’도 상징하지 못한다.

뉴스 가판대(Newsstand) 아이콘을 보고 이것이 무슨 역할을 하는 앱인지 추론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리 알림(Reminders) 앱의 아이콘도 마찬가지다. 미리 알림 앱의 특질을 전달하던 체크(v) 마크가 빠지면서, 아이콘만 봐서는 이게 메모 앱인지 미리 알림 앱인지 구분할 수가 없어졌다.

앱 아이콘에 무분별하게 사용된 그라데이션은 단면적(flat)이고 깔끔한 느낌을 오히려 죽이는 것은 물론 완성도도 너무 떨어진다. 포토샵에서 클릭 서너 번으로 뚝딱 만든 것 같다. 눈까지 아프다. 스큐모피즘 대신 모든 아이콘을 지배하는 이 그라데이션은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의아할 정도로 유치하게만 느껴진다.

스큐모피즘만의 아름다움도 잃어버렸으며, 직관성도 잃어버렸는데, 심지어 미니멀리즘도 없다. 예를 들어 뉴스 가판대 앱 아이콘은 대강 봐서는 무슨 앱인지 알아볼 수도 없는데, 보이지도 않는 작은 글씨로 ‘Travel’ ‘Sports’ ‘Art’ 따위의 영문자가 쓰여 있다. 눈을 찌푸리고 온 신경을 집중해야 겨우 보인다. 사파리 아이콘을 가득 메운 눈금과 설정 아이콘을 어지럽게 장식한 톱니바퀴는 정말 이게 미니멀리즘의 결실인지를 의심케 한다.

기능적으로 iOS와 Mac OS X의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iOS와 Mac OS X의 디자인이 완전히 동떨어진 방향으로 변해버렸다는 것도 의아하다. 통합된 사용자 경험은 사라지고, 윈도 폰과 안드로이드를 어설프게 닮은 고교생의 습작이 등장했다.

밀어서 잠금해제

문제는 아이콘만이 아니다.

iOS 6의 '밀어서 잠금해제'

iOS 6의 ‘밀어서 잠금해제’

‘밀어서 잠금해제’는 iOS의 직관성을 상징했다. 화살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물결치듯 움직이는 하이라이트 효과, 블록 모양, ‘밀어서 잠금해제’라는 문구 등 다양한 UI 요소가 “어떻게 하면 화면을 잠금해제할 수 있을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덕분에 iOS는 어린아이에게 던져줘도 조작할 수 있는 쉬운 UI로 호평받았다.

iOS 7의 '밀어서 잠금해제'

iOS 7의 ‘밀어서 잠금해제’

iOS 7은 완전히 반대로 만들어졌다. 조작법을 직관적으로 알려주던 모든 UI 요소는 퇴출당했다. 이 화면만 처음 보면 대체 뭘 어떻게 ‘밀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화면 하단, ‘밀어서 잠금해제’ 문구의 바래 밑에 ㅅ 자 모양의 화살표가 있어 아래에서 위로 밀라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건 iOS 7의 새로운 기능인 ‘컨트롤 센터’를 열기 위한 것이다. iOS 7에서도 화면을 잠금해제하기 위해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밀어야 한다. 그걸 알려주는 모든 UI 요소가 퇴출당했을 뿐이다.

iOS 7의 '밀어서 전원 끄기'

iOS 7의 ‘밀어서 전원 끄기’

그나마 잠금해제 화면은 사정이 낫다.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모든 요소를 걷어낸 탓에, 쓰기는 극단적으로 불편해졌지만 적어도 예쁘기는 하니까. ‘밀어서 전원끄기’는 심지어 예쁘지조차 않다. 물론 대체 뭘 어떻게 밀어야 한다는 건지도 알 수가 없다. 아이폰을 밀어 넘어뜨리라는 것일까?

혼란을 주는 UI

미니멀리즘도 이쯤 되면 도를 지나쳤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밀어서 잠금해제’도 그렇지만, 사용법을 직관적으로 알려주던 모든 UI 요소가 퇴출당했다.

딱 봐도 ‘누를 수 있는 것’으로 보이던 버튼을 전부 텍스트가 대체했다. 텍스트에 알록달록한 색깔을 넣어 조작 가능한 요소임을 표시했다지만, 척 봐서는 이게 그냥 색깔을 넣은 텍스트인지 정말 조작 가능한 요소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iOS 7의 음악 앱. 왼쪽은 반복 재생이 꺼진 상태, 오른쪽은 켜진 상태.

iOS 7 베타 음악 앱, 왼쪽은 반복 재생이 꺼진 상태 / 오른쪽은 켜진 상태

그뿐만 아니다. 위의 사진을 보자마자 어느 쪽이 ‘반복 재생’을 하고 있고 어느 쪽이 하지 않고 있는지를 구분하는 건 쉽지 않다. 텍스트가 굵어지고 가늘어지는 것으로 상태 변화를 표시하고 있지만, 눈에 확 띄지 않는다. 화면이 어둡게 보이는 야외에서나, 노안을 겪고 있는 중노년층,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를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다.

iOS의 통화 앱. 오른쪽은 스피커폰으로 통화중인 상태.

iOS 7 베타의 통화 앱, 오른쪽은 스피커폰으로 통화 중인 상태

선명하게 작동 / 미작동을 표시했던 과거의 UI와 달리, iOS 7은 모든 것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과거에는 스피커폰을 작동시키면 스피커폰 버튼이 진한 푸른색으로 표시되며 누구나 이를 확실히 알 수 있었지만, iOS 7에서는 텍스트를 흐린 회색 박스가 둘러싸는 것으로 이를 표시한다. 역시 잘 보이지 않는다.

가독성도 떨어진다. 기존과 비교하면 더 가늘어진 글씨체를 사용한 탓도 있지만, 그림자 효과를 없애는 등 가독성을 높이는 요소가 대부분 빠졌다. 이 때문에 ‘밀어서 잠금해제’를 비롯한 다양한 글씨와 UI 요소가 배경에 녹아버려 잘 보이지 않는 사태가 발생한다. 청년층은 큰 문제를 겪지 않겠지만, 시력이 매우 떨어지는 경우나, 노안을 겪는 중노년층에게는 진짜 문제가 될 것이다. 안 그래도 작은 화면으로 인해 가독성이 떨어지는 아이폰이다. “예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떨어지는 완성도

iOS 7의 '타이머'

iOS 7의 ‘타이머’

위에서 이미 소개한 ‘밀어서 전원 끄기’ 화면도 그렇지만, 사파리의 피커 뷰나 시계 앱의 경우 UI 요소 간의 균형이 전혀 맞지 않는다. 타이머를 보면, 상부는 정신없고 조악한 반면 하부는 그림판으로 그린 듯한 버튼과 상하 균형도 맞지 않는 광범위한 여백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피커 뷰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다.

피커 뷰

피커 뷰, 왼쪽(아이폰4s, iOS 6) / 오른쪽(아이폰5, iOS 7 베타)

저기에서도 나름의 미를 느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의 완성도를 갖췄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지금 당장 연습장과 연필을 들고 쓱싹쓱싹 아무 앱이나 디자인해도 저 수준의 앱은 디자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건 ‘필요 없는 요소를 빼내 완벽하게 만든’ 미니멀리즘 디자인이 아니라, 그냥 덜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디자인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시리의 발음도 이상해졌다. iOS 6 때와 목소리가 달라졌는데, 발음을 더 심하게 씹는다.

바뀌어야 한다

iOS 7의 못생긴 아이콘에 대한 반응이 인터넷을 뒤덮자, 디자인을 전폭적으로 수정할 수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마땅히 그래야 할 것이지만, 애플이 그간 베타 버전에서 내놓은 디자인을 그렇게 전면 수정한 적이 없다는 점, 그리고 문제가 단순히 아이콘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불안을 접을 수가 없다.

iOS 6의 장대한 실패는 당시 iOS를 총괄했던 부사장 스콧 포스톨을 애플에서 내쫓기게 하였다. 다양한 진보에도 불구하고, 정식 버전이 나올 때까지 이 끔찍한 디자인의 후퇴를 수습하지 못한다면, iOS 7은 디자이너의 목을 자르게 될지도 모르겠다.

'Iphone & iPa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폰 배터리 갈기기  (0) 2015.02.21
문자 예약 발송하기  (0) 2013.04.16
아이폰 카메라롤 일괄삭제 방법  (0) 2013.04.14
아이폰 알림설정  (0) 2012.12.17
아이폰 사진 일괄 삭제 방법  (0) 2012.09.09